불 꺼진 그대 창가에서 / 雪花 박현희
가지가 부러지고
이파리가 떨어지는 나무의 아픔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은 전혀 알지 못하듯이
한 줄기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그대로 말미암아
심한 사랑의 몸살을 앓아야만 했던
나의 아픔을 그대는 정녕 모르십니다.
사랑도 연민도 모두 부질없는 일이라지만
이렇듯 불 꺼진 그대 창가를 서성이는
초라한 나 자신을 발견하노라니
찢기고 상처 입은 인연의 덧없음에
허탈한 마음 금할 길이 없군요.
바람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을 테지요.
한 줄기 바람처럼 스쳐간 그대를
잡으려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해도
그대를 느끼고자 했던 나의 열망마저도
모두 헛된 욕심이었나 봅니다.
불 꺼진 그대 창가를 떠나지 못한 채
이렇듯 주위를 맴돌며 배회하는 것은
차마 안을 수 없는 그대였기에
더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었던
그대에게 못다 준 사랑이
아직도 내게 남은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