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하면 안 될까요
/雪花 박현희
손톱으로 콕 찌르면 금세라도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청명한 가을 하늘이 참으로 곱기도 하네요.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추듯 이리저리 한들거리는
연분홍 코스모스 물결 위를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빨간 고추잠자리 무리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들녘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네요.
이름 모를 산새들 날아와
청아한 목소리로 재잘대며 사랑을 노래하는
알록달록 단풍잎 곱게 물든
가을 오솔길 속으로
그대의 어깨에 살포시 기댄 채
도란도란 마주 보고 웃으며
다정스레 함께 거닐고 싶습니다.
하찮은 미물조차도 사랑을 나눌 때가
참으로 정겹고 행복해 보일진대
풍요롭고 아름다운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우리 사랑하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