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잎사귀의 노래 / 雪花 박현희
난 꽃이 부럽지 않아요.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다
가장 화려하고 찬란한 순간에
내려놓을 줄 아는 겸양의 미덕을 지녔거든요.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게 활활 타오르다가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조차도
정말 아름답게 장식할 수가 있으니까요.
어떤 이는 날 보며 죽음을 떠올리고
또 어떤 이는 나를 보며 떠남을 생각하지요.
그러나 난 조금도 슬프지 않아요.
만남이 있으면
으레 헤어짐이 있게 마련인 것을
떠나야 할 때를 미리 알고
가려 떠나는 것 또한 삶의 지혜라 하겠지요.
이리저리 떨어져 수북이 쌓인 나를 치우느라
비록 환경미화원의 손길은 분주하겠지만,
다시 또 꽃 피울 새로운 봄날을 기약하며
기꺼이 화초의 밑거름으로 쓰여도 좋을
난 자연이 빚어놓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품인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