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풍 지
이 원 웅
창문 틈새 기어드는 찬바람
막아주는 문풍지 붙이는 날
옛날 같으면
밀가루 풀을 쑤어
갈포 창호지를 곱게 잘라
창문에 붙였는데
오늘은 현대식 공장제품
테이프란 것으로
수월하게 붙인다
여름엔 소리치며 불러도
못 들은 척 냉정하게
스쳐 지나치던 바람이
겨울이오니 문 틈새 파고드는
천하의 심술쟁이
올겨울 성급하게 찾아온
초겨울의 매서운 찬바람들
내가 붙인 문풍지가
창을 든 수문장인양
눈 흘기며 한숨 쉬며
창밖의 칼바람 추위에 떨다
되돌아가는 꼴
역지사지 저도 한번
견뎌보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