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노래 / 정인보 온 겨레 정성덩이 해돼 오르니 올 설날 이 아침야 더 찬란하다 뉘라서 겨울더러 춥다더냐 오는 봄만 맞으려 말고 내 손으로 만들자 깃발에 바람 세니 하늘 뜻이다 따르자 옳은길로 물에나 불에 뉘라서 겨울더러 흐른다더냐 한이 없는 우리 할 일은 맘껏 펼쳐 보리라.
설날 / 윤극영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받기 좋아하셔요. 우리집 뒤뜰에는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잣 까고 호두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을 뛰고 나는 나는 좋아요 참말 좋아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지 우지 내 동생 울지 않아요. 이 집 저 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참말 좋아요. * 어린이, 1924년 1월호
새해 새 아침은 /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짓는다. * 주간경향, 1959
새해 아침 / 송수권 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지난밤 제야의 종소리에 묻어둔 꿈도 아직 소원을 말해서는 아니 됩니다 외로웠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억울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슬펐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얼마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습니까? 그 위에 우레와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그 위에 침묵과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낡은 수첩을 새 수첩으로 갈며 떨리는 손으로 잊어야 할 슬픈 이름을 두 줄로 금긋듯 그렇게 당신은 아픈 추억을 지우십시오 새해 아침은 찬란한 태양을 왕관처럼 쓰고 끓어오르는 핏덩이를 쏟아놓으십시오 새해 아침은 첫날밤 시집온 신부가 아침나절에는 저 혼자서도 말문이 터져 콧노래를 부르듯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다시 새해의 기도 / 박화목 곤욕(困辱)과 아픔의 지난 한 해 그 나날들은 이제 다 지나가고 다시 새해 새날이 밝았다 동창(東窓)에 맑고 환한 저 햇살 함께 열려오는 이 해의 365일 지난밤에 서설(瑞雪) 수북히 내리어 미운 이 땅을 은혜처럼 깨끗이 덮어주듯 하나님, 이 해엘랑 미움이며 남을 업수히 여기는 못된 생각 교만한 마음 따위를 깡그리, 저 게네사렛의 돼지 사귀처럼 벼랑 밑으로 몰아내 떨어지게 하소서. 오직 사랑과 믿음 소망만을 간직하여 고달프나 우리 다시 걸어야할 길을 꿋꿋하게 천성(天城)을 향해 걸어가게 하소서. 이 해에는 정말정말 오직 사랑만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난한 마음만이 이 땅에 가득하게 하소서, 하여 서로 외로운 손과 손을 마주 꼭 잡고 이 한 해를 은혜 속에 더불어 굳건히 살아가게 하소서. 동구 밖 저 둔덕 겨울 미루나무에 언제 날아왔을까, 들까치 한 마리, 깟깟깟… 반가운 소식 전해오려나. 하그리 바라던 겨레의 소원, 이 해에는 정녕 이뤄지려나, 이 아침 밝아오는 맑은 햇살 가슴 뿌듯이 가득 안고 새해에 드리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 꼭 이루어 주소서, 하나님 이루어 주소서
새해 아침에 / 이해인 창문을 열고 밤새 내린 흰 눈을 바라볼 때의 그 순결한 설레임으로 사랑아 새해 아침에도 나는 제일 먼저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면서도 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 네가 보고 싶다 새해에도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겠다. 내가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 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 겨울에도 돋아나는 내 가슴 속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 네가 앉아 웃고 있다 날마다 나의 깊은 잠을 꿈으로 깨우는 아름다운 사랑아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 네 안에서 접힐 때 나의 새해는 비로소 색동의 설빔을 차려 입는다 내 묵은 날들의 슬픔도 새 연두 저고리에 자줏빛 끝동을 단다 아름다운 사랑아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날마다 새날 새마음 되게 하소서 / 안희두 새해 새날 새아침 학교 운동장에 둥근 해가 떠오른다 날이면 날마다 웃음이 뛰노는 운동장에 둥근 해 품에 앉고 달려오는 보람이와 나래 그리고 … 3월에 입학하는 눈꽃과 새봄이도 삼배하며 그려본다 올해는 마주칠 때마다 한 움큼 사랑을 주자 때마다 한 아름 꿈을 주자 헤어질 때마다 가슴 가득 희망을 심어주자 서해, 서산이 아니어도 아파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밉살스런 영수에게 앙증맞은 지혜에게 다 나누어주지 못한 사랑을, 꿈을, 희망을 첫 다짐을 낙조에 실어 보낸다 날마다 새날 새마음 되게 하소서
새해 새날은 / 오세영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 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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