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이삭
이맘 때- 우리동네 보리 벨 때 쯤이면
이른아침부터 머리에 수건 쓰고 나서는 누나
꽃다운 열아홉살 나이에 남의 집 부엌일하고
저녁무렵 보리밥 한그릇 얻어오면
나와 동생은 누나의 하루 고생 생각도 못하고
허겁지겁 허기진 배를 채웠다
하루 종일 보리 베고 난 밭고랑을 맴돌며
보리 이삭 줏어도 비료푸대 반도 못채우고
몇날 며칠을 줏어 모아 서너푸대되면
발로 비비고 두두리고 까불러 절구에 찧고
퉁퉁 불은 햇보리밥 지어
묵은 된장에 상추쌈 싸 저녁끼니 때웠던 기억
밥맛이 좋은지- 느낄 여유 어디 있었을까
남들이 꿀맛 같다는 햇보리밥이
우리 세식구에게는 그져 배곺아 먹는 것일 뿐
무슨 낭만이 있어 <보리밥 예찬>을 할까
먹거리 찾아 애만 쓰다가
보릿고개 넘기고 나면 계절이 바뀌고
그렇게 가버린 젊은날의 세월이 너무 서글펐나
영광이 하늘에 있다하여 하늘로 간 누나
이 풍요로운 세상에 보리 이삭 기억이나 할까
오늘날- 건강식 별미라하여 보리밥집 찾으니
누나가 생각난다
보고파 진다
-홍종흡(아코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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