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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雪花님고운시

가을 잎사귀의 노래

 

 

가을 잎사귀의 노래 / 雪花 박현희

 

난 꽃이 부럽지 않아요.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다

가장 화려하고 찬란한 순간에

내려놓을 줄 아는 겸양의 미덕을 지녔거든요.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게 활활 타오르다가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조차도

정말 아름답게 장식할 수가 있으니까요.

 

어떤 이는 날 보며 죽음을 떠올리고

또 어떤 이는 나를 보며 떠남을 생각하지요.

그러나 난 조금도 슬프지 않아요.

만남이 있으면

으레 헤어짐이 있게 마련인 것을

떠나야 할 때를 미리 알고

가려 떠나는 것 또한 삶의 지혜라 하겠지요.

 

이리저리 떨어져 수북이 쌓인 나를 치우느라

비록 환경미화원의 손길은 분주하겠지만,

다시 또 꽃 피울 새로운 봄날을 기약하며

기꺼이 화초의 밑거름으로 쓰여도 좋을

난 자연이 빚어놓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품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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