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별세한 작곡가 김동진 선생은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12월 임진강을 건너 월남했다. 평양음악대학 교수로 평양교향악단의 전신인 중앙교향악단과 합창단을 창단하며 지휘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는 공산 치하에 염증을 느꼈다. 그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헌병의 검문을 받았다. 아무런 신분증이 없었지만 자신이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하는 가곡〈가고파〉의 작곡가라고 소개하자 헌병은 아무 말 없이 놓아주었다. 삶과 죽음이 말 한마디에 갈리는 치열한 전시에도 '국민 가곡'의 힘은 그만큼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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