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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시모음

나는 외로웠다/한문석

 

 

 

 



 


나는 외로웠다.

 

/한문석

 

가끔 나는 외로웠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세찬 바람이 불고

창 밖엔 빗방울이

텅 빈 내 빈 가슴을 후려칠 때

너를 잊지 못하는 

내 삶의 무게가 버거워 나는 외로웠다.

 

때아닌 소낙비가

창문에 얼룩져 내리고

산고의 고통을

다 참아 내지도 못한 체

꽃샘 추위에

얼어 죽어가는 꽃망울처럼

가끔 나는 외롭고 고통스러웠다.

 

허기진 삶의 뒤안길에서

사랑이 그리웠고

무심한 존재의 가치마저

망각해버린체 

그 어둠속 고독에

나는 미치도록 외로웠다.

 

잠시 내가 알든

그 그리움의 순간들이

운명의 실타래처럼

풀어 헝컬어진 체

방울방울 얼룩져 내리고

부질없는 생각에

불면의 밤을 뒤척거릴 때

나는 무척 외로웠다.

 

이젠 잊어야만  한다.

사랑의 그리움도

이 어둠 속 외로움도

새하얀 아침이 오기 전

모든 것을 잊어야만 한다.

하지만  잊을 수가 없다.

내 삶의 종착역에서

외롭고 고통스러운 날들 이었지만 

사랑 했노라고

어제도 오늘도 아니 잊고

영원히 잊을 수 없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