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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시모음

마른 단풍님 / 홍종흠

마른 단풍잎

 

 

마른 단풍잎        -홍종흡-

 

이따금 바람 불 때마다

뜨락 댓돌에 날아들어

부딪치고 찢겨 쌓이는

마른 단풍잎

 

바삭바삭-서걱서걱-

껄끄러운 마른 잎 쓸어 안고

뜨락 구석 휘돌아 나가는

늦가을 바람 소리

 

낡은 헬로- 모자 쓰고

아궁이에 불 지펴

마른 단풍잎 쓸어 넣고 

타는 불꽃 바라보는 늙은 눈  

나뭇등걸처럼 깡 말라

뜨거워지는 눈시울

마른 잎 같은 삶의 끝을

아는 이 있을까마는

 

바람은 알고 있는 듯

마른 잎 타는 연기 몰아와

늙은 눈에 불어넣는다

 

눈 속에서

핏빛 회한이 흘러내린다

마른 단풍잎 날리는

늦가을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