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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시모음

이해인 시인 시모음

 

이해인 시인 시모음
 
 
 행복♥
 
매일은 나의 숲속
나는 이 숲속에서
때로는 상큼한 산딸기 같은
기쁨의 열매들을 따먹고
아픔과 슬픔도 따먹으면서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운다  

 

 해바라기 연가♥
  
   내 생애가 한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어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읍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어

   드릴 것은 상처 뿐이어도
   어둠에 숨기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나비에게♥
 
너의 집은 어디니?
오늘은
어디에 앉고 싶니?
 
살아가는 게 너는 즐겁니?
죽는 게 두렵진 않니?
 
사랑과 이별, 인생과 자유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늘
물어볼 게 많은데
언제 한번 대답해 주겠니?
 
너무 바삐 달려가지만 말고
지금은 잠시 나하고 놀자
갈 곳이 멀더라도
잠시 쉬어가렴

사랑하는 나비야

 
         이해인 시인의 시모음(꽃) 

 


 
 ♡찔레꽃♡
 
아프다 아프다 하고
아무리 외쳐도
괜찮다 괜찮다 하며
마구 꺾으려는 손길 때문에
나의 상처는
가시가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남모르게
내가 쏟은
하얀 피
하얀 눈물 한데 모여
향기가 되었다고
 
사랑은 원래
아픈 것이라고
당신이 내게 말하는 순간
나의 삶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축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봉 숭 아♡
 
한여름 내내 태양을 업고
너만 생각했다
이별도 간절한 기도임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내가 너의 마음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네혼에 불을 놓는
꽃잎일 수 있다면
나는
숨어서도 눈부시게
행복한 거다
 
 

 
 ♡안개꽃♡
 
혼자서는
웃는 것도 부끄러운
한 점 안개꽃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서 빛이 되고
소리가 되는가
 
장미나 카네이션을
조용히 받쳐 주는
기쁨의 별 무더기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은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이여

 

 
 ♡나팔꽃♡

햇살에 눈뜨는 나팔꽃처럼
나의 생애는
당신을 향해 열린 아침입니다
 
신선한 뜨락에 피워 올린
한 송이 소망 끝에
내 안에서 종을 치는
하나의 큰 이름은
언제나 당신입니다
 
順命보다 원망을 드린
부끄러운 세월 앞에
해를 안고 익은 사랑
때가 되면
추억도 버리고 떠날
나는 한 송이 나팔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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