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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시모음

아무도 모른다 / 김사인

 

 
아무도 모른다 
                      김사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촉촉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님들, 수국 같던 웃음 많던 
나의 옛누님들은 다 어디로갔을까
나의 옛 배고픔들은 어디로 갔을까 
설익은 가지의 그 비린내는 어디로 갔을까 
시름 많던 나의 옛 젊은 어머니는 
나의 옛 형님들은, 
그 딴딴한 장딴지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나의 옛 비석치기와 구슬치기는, 
등줄기를 내려치던 빗자루는, 
나의 옛 아버지의 힘센 팔뚝은, 
고소해하던 옆집 가시내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무덤들은, 흰머리 할미꽃과 
사금파리 살림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봄날 저녁은 어디로 갔을까 
키 큰 미루나무 아래 강아지풀들은, 
낮은 굴뚝과 노곤하던 저녁연기는
나의 옛 캄캄한 골방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