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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雪花님고운시

잠 못 드는 중년의 겨울밤

 

 

잠 못 드는 중년의 겨울밤 / 雪花 박현희 

어느새 시각은 자정을 벌써 넘어

점점 인시(寅時)를 향하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생각에

중년의 겨울밤은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줄을 서며 떠나지를 않으니

잠 못 드는 고통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군요.

사소한 걱정거리만 생겨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예민한 성격 탓일까요.

동지섣달 깊은 밤 이토록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것

과연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근심 걱정 때문일지

뒤돌아볼 겨를 없이 달려온 지난 삶의 회한 때문일지

아니면 일종의 갱년기 증상인지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 오지만

생각은 더욱더 또렷하기만 합니다.

반백 년의 세월을 정신없이 달려온 삶이지만

그럴듯한 성과물 하나 없이 꺾여버린 청춘의 꿈과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훨씬 더 많은 것만 같아서

긴 한숨을 토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에 이리저리 뒤척이며

동지섣달 긴긴밤을 중년은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가져온 곳 : 
카페 >추억의 책장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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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설화 박현희| 원글보기